'이것은 베개인가요, 놀이주머니인가요?' 

 

버려진 천조각으로 만든 꼬마 베개
이야기 담은 설치 작품으로 재탄생
서울 이유진갤러리, 9월 2일까지

손바닥보다 작은 주머니로 만들어진 이혜민 작가의 작품을 보고 사람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그렇게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엔 한결같이 은은한 미소가 번진다. 처음 보는 작품인데도 친근하게 느껴져서다. 알록달록한 색상 때문일까. 아니면 안락함을 느끼게 하는 그 모양 때문일까. 전시장에 여기저기 놓인 작은 주머니들은 마치 어머니와 태아 사이에 연결된 '탯줄'처럼 작은 보는 이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작가가 한땀 한땀 손으로 매만져 탄생시킨 것들, 차곡차곡 쌓이거나 길게 이어져 '작품'이 된 그것들은 마치 작가가 사람들과 마주하고 찬찬히 풀어놓고 싶은 이야기 꾸러미 같다. 
 
서울 청담동 이유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혜민 작가의 개인전 'A Thousand water drops('천 개의 물방울)'이다. 버려진 천으로 만든 작은 베개를 연결하거나 쌓는 방식으로 작업해온 작가의 작품 50여 점이 옹기종기 한자리에 모였다. 
 
작가는 "제가 만든 것은 작게 만든 베개"라며 "베개는 사람들에게 휴식도 주고 눈물도 닦아주고 희망도 준다, 이것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제가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매일 일기 쓰듯이 만들었죠"

 
한복집의 남은 천이나 오래된 한복, 옛 이불 등 더는 쓰지 않는 옷들과 천을 모아 바느질로 꿰매고 엮는 작업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 이후 작업을 쉬던 시간에 솜과 바늘로 작은 베개를 계속 만들고 또 만들었다"는 그는 "언젠가 이것들을 하나로 엮을 것이란 막연한 꿈이 있었다. 어느 날 그 꿈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것들이 저를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일기 쓰듯이 만들었어요. 이 안에 보이지 않는 제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죠."

 
'A Thousand water drops'라는 전시 제목은 사자성어로 '수적천석(水滴穿石)'.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이다. 작가가 손바느질로 하나하나 만들고 엮어내는 과정을 은유했다. 

 

'외유내강'의 꿈

처음엔 천으로 만들어지던 작품들이 2016년 이후엔 다른 재료로 변주됐다. 바로 'metamorphosis(탈바꿈, 변형)' 연작이다. 베개로 만든 설치 작품을 브론즈로 캐스팅한 조각 연작은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언뜻 첫눈엔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진 베개처럼 보이지만, 직접 만져보면 차갑고 딱딱하다. 이 작가는 "이 연작을 통해 강함과 연약함, 딱딱함과 부드러움을 대비시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를 준비한 이유진갤러리의 지화진 큐레이터는 "쓰다 남은 천과 석고 붕대 등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재료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치유와 정화의 도구로 재탄생했다"며 "이혜민 작가의 작품엔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작가로서의 삶 등 사적인 역사의 간극을 오가는 메타포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혜민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뉴욕대 대학원에서 비디오아트와 설치미술을 공부했다. 현재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작업하고 있으며 영은미술관, 워싱턴문화원, 갤러리 엠, Washington Square Gallery 등지에서 20회의 개인전과 오십여 회의 그룹전을 열었다. 전시는 9월 2일까지. 일요일 휴관. 

 

https://news.joins.com/article/23557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