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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누구는 ‘꿈의 구장’이라고도 했다. 다이아몬드같이 생긴 넓은 풀밭에 마름모꼴로 흰 줄을 그어놓고, 하얀 공을 던지고 치고 받고 뛰는 경기장. 맞다. 지금 그 ‘야구장’을 보고 있다. 그런데 기대하던 장면은 없다. 선수도 심판도 관중도, 또 공도 배트도 없는 허전한 전경. 대신 붓을 치댄 자국이 보인다. 굳이 정갈하게 다듬거나 꾸미지 않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슬슬 쓸고 다닌 듯한 터치. 

작가 전병구(34)는 담담한 세상을 그려왔다. 일상에서 스쳤던 혹은 감정을 잡아끌었던 풍경·인물·사물 등을 붓 가는 대로 풀어놓는데, 지극히 서정적이고 차분한 톤에서 멈춰 세우는 거다. 활기찬 야구장도 정적으로 채우고 붉은 꽃과 푸른 산에도 쓸쓸함을 입히니. 
 

 

눈에 든 광경보다 마음에 든 이미지를 보는 거다. 마치 거대한 세상을 펼쳐놓고 작가에게선 의미를 잃은 한 토막, 한 토막을 걷어내는 식이랄까. ‘스타디움’(2019)의 적막함이 이제 이해가 되지 않는가. 어떤 이의 사연도 아니고, 질감도 색도 아니고, 그저 작가가 세상을 걸러내는 시선이었다.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77길 이유진갤러리서 김혜나·임소담과 여는 3인 기획전 ‘그린 그린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53×72.7㎝. 작가 소장. 이유진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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