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도심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쉼표 되어줄 작품 60여 점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년배 작가 김혜나, 전병구, 임소담 3인전 ‘그린 그린 그림’이 24일부터 5월 24일까지 이유진갤러리에서 열린다. 기억과 일상적인 풍경을 담은 60여 점의 평면회화와 드로잉, 세라믹 등이 걸린다.

 

김혜나作 < Untitled > 100x100cm Oil on Canvas 2019

김혜나는 섬세한 감성으로 세상을 관찰하며 그림일기처럼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일상을 기록한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키우는 개를 산책시키고 자연채광이 드는 시간엔 늘 그림을 그린다. 어느새 습관이 된 건강하고 여유로운 작가의 시간과 삶에 대한 성찰 그리고 예민한 감상이 여러 권의 드로잉북에 기록됐다. 작은 드로잉북은 작가의 정제되지 않은 상상력의 뿌리이자 직관으로부터 뻗어 나온 영감의 원천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한다. 오랜 시간 눈에 익은 산책길이지만 계절의 변화나 작가의 감정에 의해 달라지는 풍경은 단순 묘사보다는 숨겨진 부분에 대한 상상력이 결합해 추상적으로 나타낸 풍경이며 이전보다 여러 겹 밀도를 쌓아 올린 근작의 경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임소담作 < Black Bird > 25x13x10cm Ceramic 2017

임소담은 개인적 경험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몸의 감각과 지각된 형태를 회화와 세라믹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는 “그림을 그리며 정말 관심이 있던 건 이미지 자체가 아니라 이미지를 대하는 자신의 태도”라며, “작품은 그에 따른 부산물로 얻어지는 것으로, 익숙함과 낯설음의 공존상태”라고 말한다. 플래시가 터지며 채집된 사진이미지를 활용해 긴장감이 감도는 붓질과 색감으로 화면을 구사했던 이전 작업에서 과감히 탈피해 최근에는 화면에 직접 대면하는 방식으로 작업 중이다. 점점 추상적으로 변화하는 이미지와 함께 2012년 우연히 도자형식의 새로운 매체를 접하고 회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공감각적인 영역으로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회화에서 점토로 빚은 도자로 다시 도자 위에 드로잉을 하는 그의 순환적인 작업방식은 매우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감성을 시각화한다.

 

전병구作 < Stadium > 53x72.7cm Oil on Canvas 2019 /이유진갤러리

전병구는 일상에서 마음을 사로잡은 순간적인 풍경이나 장면, 주변 인물이나 사물과 같은 자칫 평범한 장면을 특유의 담담한 서정성으로 풀어낸 회화를 선보인다. 한 겹 이상 색이 겹치지 않는 표현 방식이나 서로 연결되지 않는 각자의 내러티브를 담고 있는 스타일은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연관된다. 고요한 풍경은 평화롭지만 알 수 없는 쓸쓸함을 지니고, 사람들의 표정과 뒷모습에선 상실과 결핍의 정서가 배어난다. 보고 나면 한동안 잔상이 남는 작품은 대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작가의 회화적 장치에 대한 관심이 그리는 대상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던 초반에서 점차 물감의 농도와 두께, 질감 등 형식적인 부분에 대한 것으로 옮겨왔다면 2017년 전후부터는 사물의 기하학적 요소에서 특정한 조형을 찾아내고 패턴화된 추상 회화의 근원적 요소를 다루는 실험으로 작업세계의 반경을 한층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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