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Joonhyung Lee


Sep 27 – Oct 20, 2012

육체의 유체역학

이준형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반듯하지 못하고, 대부분 이런저런 방식으로 엉클어져 있다. 그들은 정상보다는 비정상이, 동질성보다는 이질성이 강조되어 있다. 모노톤으로 처리된 중성적인 바탕 한가운데 한자리 씩 차지하는 인간은 추락과 해체, 뭉개기와 터트리기라는 수난극의 주인공들이다.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액션이 취해진 형상들은 개체를 개체이게끔 하는 응집성을 원천 봉쇄당한다. 대상의 정확한 외곽선과 고유색은 변질되며, 얼룩지고 흘러내린다. 얼굴이나 인체의 조직화된 기관 속에 있어야할 체액들은 참조대상으로부터 탈주를 꾀하는 물감과 한데 엉켜 범벅이 된다. 이 모호한 선과 색채들은 어떤 극한의 감정 상태에 있는 인간의 객관적 재현이면서, 응축 또는 발산된 감정과 공감을 유도하는 주관적 표현이고, 동시에 칠해진 또는 흘려진 물감의 흔적이다. 이처럼 그의 그림에서는 결정불가능성만이 결정적이다. 모호함 속의 강렬함이라는 특징은 그의 작품을 그로테스크, 언캐니, 앱젝션, 위반, 낭비, 오염, 전염, 엔트로피, 카오스모스 등과 같은 우리 시대의 키워드들과 근접시킨다. 그러한 키워드들은 공통적으로 경계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관계된다.

 형상을 고수하는 이준형의 그림에서 대상, 특히 인간은 언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가능하게 하고 풍부하게 해주는 원천이 된다. 무의식적 충동의 원천이 되는 인간은 기존의 언어를 변형시키는 동인이다. 얼굴과 몸의 구멍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질척한 체액/물감들은 와해를 보여준다. 그는 젖은 재료로 젖은 인간을 그림으로서 소재와 방법 면에서 모두 경계의 해체를 꾀한다. 작업에 대한 이준형의 성향과 태도가 잘 드러난 이 전시는 고정된 주체가 아닌, 과정 중의 주체에 대한/의한 작품을 보여준다. 얼굴은 가장 인간적인 것이라고 간주되지만, 전래된 신학의 변형에 불과한 인간주의의 선입견을 배제한 냉정한 관찰은 보다 변화무쌍한 인간의 형상을 펼칠 수 있게 한다. 이준형의 작품에서 인간은 어떤 심오한 본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거칠게 그어진 선과 튄 얼룩, 그리고 무언가 들고나는 구멍들로 이루어진 인간은 깊이가 아니라 표면들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표면들마저도 서로 부딪히고 깨져나가며 녹아내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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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유동성 자체가 인간의 열망과 갈망을 표현한다. 이준형의 작품 속 인간들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떨어지거나 깨지는 등 무질서도를 증가시키는 변화의 와중에 있으며, 작품을 제작하는 빠른 속도 또한 변형을 생성과 중첩시키기 위한 것이다. 상이한 배치를 통해 경계 위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이행의 과정에 몰두하는 그의 작품에서, 체액과 물감을 구별 지을 수 없는 장은 ‘힘의 무상 유출이자 대가없는 지출’이 행해지는 ‘육체의 유체역학’(알폰소 링기스)이 작동되는 장이다.

이선영_미술평론가

Works

Joonhyung Lee

September 27 – October 20, 2012

 육체의 유체역학

이준형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반듯하지 못하고, 대부분 이런저런 방식으로 엉클어져 있다. 그들은 정상보다는 비정상이, 동질성보다는 이질성이 강조되어 있다. 모노톤으로 처리된 중성적인 바탕 한가운데 한자리 씩 차지하는 인간은 추락과 해체, 뭉개기와 터트리기라는 수난극의 주인공들이다.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액션이 취해진 형상들은 개체를 개체이게끔 하는 응집성을 원천 봉쇄당한다. 대상의 정확한 외곽선과 고유색은 변질되며, 얼룩지고 흘러내린다. 얼굴이나 인체의 조직화된 기관 속에 있어야할 체액들은 참조대상으로부터 탈주를 꾀하는 물감과 한데 엉켜 범벅이 된다. 이 모호한 선과 색채들은 어떤 극한의 감정 상태에 있는 인간의 객관적 재현이면서, 응축 또는 발산된 감정과 공감을 유도하는 주관적 표현이고, 동시에 칠해진 또는 흘려진 물감의 흔적이다. 이처럼 그의 그림에서는 결정불가능성만이 결정적이다. 모호함 속의 강렬함이라는 특징은 그의 작품을 그로테스크, 언캐니, 앱젝션, 위반, 낭비, 오염, 전염, 엔트로피, 카오스모스 등과 같은 우리 시대의 키워드들과 근접시킨다. 그러한 키워드들은 공통적으로 경계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관계된다.

형상을 고수하는 이준형의 그림에서 대상, 특히 인간은 언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가능하게 하고 풍부하게 해주는 원천이 된다. 무의식적 충동의 원천이 되는 인간은 기존의 언어를 변형시키는 동인이다. 얼굴과 몸의 구멍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질척한 체액/물감들은 와해를 보여준다. 그는 젖은 재료로 젖은 인간을 그림으로서 소재와 방법 면에서 모두 경계의 해체를 꾀한다. 작업에 대한 이준형의 성향과 태도가 잘 드러난 이 전시는 고정된 주체가 아닌, 과정 중의 주체에 대한/의한 작품을 보여준다. 얼굴은 가장 인간적인 것이라고 간주되지만, 전래된 신학의 변형에 불과한 인간주의의 선입견을 배제한 냉정한 관찰은 보다 변화무쌍한 인간의 형상을 펼칠 수 있게 한다. 이준형의 작품에서 인간은 어떤 심오한 본성을 드러내지 않는다. 거칠게 그어진 선과 튄 얼룩, 그리고 무언가 들고나는 구멍들로 이루어진 인간은 깊이가 아니라 표면들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표면들마저도 서로 부딪히고 깨져나가며 녹아내리는 중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유동성 자체가 인간의 열망과 갈망을 표현한다. 이준형의 작품 속 인간들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떨어지거나 깨지는 등 무질서도를 증가시키는 변화의 와중에 있으며, 작품을 제작하는 빠른 속도 또한 변형을 생성과 중첩시키기 위한 것이다. 상이한 배치를 통해 경계 위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이행의 과정에 몰두하는 그의 작품에서, 체액과 물감을 구별 지을 수 없는 장은 ‘힘의 무상 유출이자 대가없는 지출’이 행해지는 ‘육체의 유체역학’(알폰소 링기스)이 작동되는 장이다.

 이선영_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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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Apgujeong-ro 77 Gil

Gangnam-gu Seoul Korea

© 2023 LEE EUGEAN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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