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Green Light


Oct 26 – Nov 27, 2012

그는 5년 만의 개인전을 준비하며 기존의 미디어 작업이 아닌 유화라는 전통적인 회화 매체로 선회하여 기존의 작업들과 차별되는 새로운 면모를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는데, 작업실 주변의 여러 장소와 풍경을 그린 «밤 산책»이란 제목의 개인전은 작가가 본격적으로 회화라는 매체에 몰입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과 같은 전시로 여겨진다.

 «밤 산책»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20여 점의 신작 회화로 구성된 이번 이유진갤러리에서의 전시 제목은 «녹색광선»이다. 이는 프랑스 영화감독 에릭 로메르의 영화 "녹색광선 Le rayon vert, 1986"을 차용한 것으로 전시될 한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녹색 광선은 날씨 좋은 일몰의 아주 짧은 한 순간, 태양의 적광이 수평선 아래로 잠기며 펼쳐지는 녹색의 띠를 가리키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 주인공이 자신의 진심을 확인하게 되는 마술적인 시간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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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주목 받지 않는 변두리적 장소나 의미 없는 사물의 한 부분을 그리는 김기수의 작품들은 사실적 묘사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의 그림들은 작가의 감각기관을 통해 포착된 특정한 풍경과 사물, 그것들이 작가의 감성과 공명하는 어떠한 상태를 드러내고 있는 듯 보인다. 한 비평가는 그의 작업을 범속적인 세계 사이로 ‘얼핏얼핏 어떤 ‘영토’를 드러내려는 바램의 실천’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전시는 동명의 영화 속 ‘녹색광선’의 순간처럼 우리가 수없이 지나쳤을 법한 흔한 풍경들 속에서 이제껏 발견하지 못했던 생경한 느낌을 전달하며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눈에 보이는 것 너머로 존재하는 새로운 세상을 짐작케한다. 이 같은 결과는 작가의 의도된 그리기 방식과 긴밀히 연결되는데 뿌연 무채색 장막이 드리워진 듯한 색감, 흔들린 사진처럼 뚜렷하게 윤곽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형태의 묘사 등은 풍경 속 요소들을 하나하나 지시하기보다 화면 속에서 혼재된 하나의 기운으로 전달되게끔 하고 있다. 실제로 작가는 작품의 제작을 위해 많은 사진을 찍는데 이는 심사숙고하여 선택한 장소나 의도된 장면이 연출되는 순간을 기다린 때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동을 하는 중간중간 무심히 눈길이 닿은 공간이나 사물에 즉각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 얻은 사진들은 그가 ‘본 것’을 재현하는 단서가 될 뿐 결코 그 대상이 되지 않는다. 김기수의 작업의 본질은 그 풍경 혹은 장면을 마주했을 때 작가가 포착했던 심상적 기억을 좇아가며 색을 섞고 붓을 놀리는,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회화의 고요한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회화만의 내밀한 작동 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한 아파트 단지의 정체 모를 양식의 파사드에서, 고속버스 창 밖으로 펼쳐지는 평범한 들녘과 비닐하우스에서, 해진 후 연립주택의 담벼락에서 그가 본 것은 무엇일까? 말로 표현되기 쉽지 않은 그 무엇이 짧은 순간 반짝 스쳐 지나갈지도 모를 푸르스름한 빛으로 관객에게 전달 되기를 기대한다.

Works

Green Light

October 26 – Novemebr 27, 2012

이유진갤러리는 2012년 10월 26일부터 11월 17일까지 김기수의 회화전 «녹색광선»을 선보인다. 지난해 말 그는 5년 만의 개인전을 준비하며 기존의 미디어 작업이 아닌 유화라는 전통적인 회화 매체로 선회하여 기존의 작업들과 차별되는 새로운 면모를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는데, 작업실 주변의 여러 장소와 풍경을 그린 «밤 산책»이란 제목의 개인전은 작가가 본격적으로 회화라는 매체에 몰입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과 같은 전시로 여겨진다.

«밤 산책»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20여 점의 신작 회화로 구성된 이번 이유진갤러리에서의 전시 제목은 «녹색광선»이다. 이는 프랑스 영화감독 에릭 로메르의 영화 "녹색광선 Le rayon vert, 1986"을 차용한 것으로 전시될 한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녹색 광선은 날씨 좋은 일몰의 아주 짧은 한 순간, 태양의 적광이 수평선 아래로 잠기며 펼쳐지는 녹색의 띠를 가리키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 주인공이 자신의 진심을 확인하게 되는 마술적인 시간으로 표현된다.

사람들에게 주목 받지 않는 변두리적 장소나 의미 없는 사물의 한 부분을 그리는 김기수의 작품들은 사실적 묘사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의 그림들은 작가의 감각기관을 통해 포착된 특정한 풍경과 사물, 그것들이 작가의 감성과 공명하는 어떠한 상태를 드러내고 있는 듯 보인다. 한 비평가는 그의 작업을 범속적인 세계 사이로 ‘얼핏얼핏 어떤 ‘영토’를 드러내려는 바램의 실천’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전시는 동명의 영화 속 ‘녹색광선’의 순간처럼 우리가 수없이 지나쳤을 법한 흔한 풍경들 속에서 이제껏 발견하지 못했던 생경한 느낌을 전달하며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눈에 보이는 것 너머로 존재하는 새로운 세상을 짐작케한다. 이 같은 결과는 작가의 의도된 그리기 방식과 긴밀히 연결되는데 뿌연 무채색 장막이 드리워진 듯한 색감, 흔들린 사진처럼 뚜렷하게 윤곽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형태의 묘사 등은 풍경 속 요소들을 하나하나 지시하기보다 화면 속에서 혼재된 하나의 기운으로 전달되게끔 하고 있다. 실제로 작가는 작품의 제작을 위해 많은 사진을 찍는데 이는 심사숙고하여 선택한 장소나 의도된 장면이 연출되는 순간을 기다린 때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동을 하는 중간중간 무심히 눈길이 닿은 공간이나 사물에 즉각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 얻은 사진들은 그가 ‘본 것’을 재현하는 단서가 될 뿐 결코 그 대상이 되지 않는다. 김기수의 작업의 본질은 그 풍경 혹은 장면을 마주했을 때 작가가 포착했던 심상적 기억을 좇아가며 색을 섞고 붓을 놀리는,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회화의 고요한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회화만의 내밀한 작동 방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한 아파트 단지의 정체 모를 양식의 파사드에서, 고속버스 창 밖으로 펼쳐지는 평범한 들녘과 비닐하우스에서, 해진 후 연립주택의 담벼락에서 그가 본 것은 무엇일까? 말로 표현되기 쉽지 않은 그 무엇이 짧은 순간 반짝 스쳐 지나갈지도 모를 푸르스름한 빛으로 관객에게 전달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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