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Catherine Wagner
Aug 29 – Sep 20, 2014
Lee Eugean Gallery presents a solo exhibition of internationally recognized American artist Catherine Wagner(b.1953) from August 29 through September 20, 2014. The exhibition includes her recent series “Trans/literate”(2013) depicting open and closed volumes of Braille texts, and “A Narrative History of the Light Bulb”(2006), still life photographic installations of vintage light bulbs. Both series investigate objects that have expanded culture, yet have been rendered obsolete by shifting technologies. The artist will be present at the exhibition opening on August 29.
These projects are part of a focused exploration of cultural archives and infrastructures that has spanned decades. Her early projects focused on the changing urban landscape of mid-1970s California. During this period, her photographs addressed newly built architecture with images revealing clean lines and geometric forms as metaphorical views of evolving civilization. Her images of “Moscone Center”(1978) examine an in-between phase of construction when a burgeoning convention center resembled ruins as much as progress. Wagner continued her exploration of cultural institutions in subsequent series, presenting environments of education in “American Classroom”(1986), interior images of private residences in “Home and Other Stories”(1992), and of constructed theme park tableaux in “Designing Disney’s Theme Parks: The Architecture of Reassurance”(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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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mid 1990’s, she embraced the context of natural science as a key aspect of our knowledge base. “Art & Science/Investigating Matter”(1995) turns to laboratories and the instruments used in them. The subjects are chilling yet surprisingly domestic in feel-major cancer research samples in ordinary plastic cups. A similar dynamic is in effect in her series “Museum Pieces”(1999). Here she photographed tools and hardware used for the protection, transportation, and documentation of works in museums, a behind the scenes look at the elements that literally support important cultural artifacts.
In the years following, Wagner’s explorations expanded into more diverse subject matter and methods. For the “Cross Sections”(2001) series, she used medical imaging devices, such as MRI equipment, to photograph ordinary organic materials. Her images of pomegranates, for example, become a sequential cycle that merge abstraction and the kind of typological photographic practice that was pioneered by Bernd and Hilla Becher in the 1960s. They photographed examples of a classified group, a water tower, for example, each from the same perspective, highlighting the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of the subject. The typological depiction objectively considers its subjects from a neutral position, as social and cultural reflections.
A Narrative History of the Light Bulb(2006)
Wagner’s “A Narrative History of the Light Bulb” series acknowledges photographic typologies, though is tempered by the artist’s subjectivity and formal aesthetic. These works draw from her long-term interest in the phenomenon of light. During a two-year residency at the Baltimore Museum of Industry, Wagner worked with a collection of more than 50,000 vintage light bulbs, some dating from early 19th century. With a keen eye towards the still life paintings of Italian artist Giorgio Morandi(1890-1964), Wagner cataloged and organized the collection into groups by indexing both a chronological and chromatic order as seen in photographs such as The 1890’s, Ode to Yves, and Green Energy. By arranging these scientific products as objects in a still life, the artist reveals their formal beauty-they become mysterious sculptural elements. The series embodies both an obsessive intent to record history and a knowing use of metaphor. The bulbs are arranged in ways that suggest models of cityscapes and the contours of mountain ranges, forms that bring to mind technology’s role in sustaining culture. Photographed with an 8x10 Large Format camera, the images reveal the smooth texture of glass enclosures and the delicate filaments in stunning detail.
Trans/literate(2013)
Her recent work, “Trans/literate”, is a typological series of photographs of Braille books presented as diptychs. Each of the works depicts a closed book on the left, and a book with open pages on the right. Like the decline of paper books, Braille publishing is facing extinction due to the popularity of alternative forms such as audio books. The term transliteration means the conversion of a text from one script to another, and here it relates to Wagner’s interest in how human knowledge is transferred and communicated. Each pair of Braille photographs is encased in glass boxes like sculptural objects. The images are richly detailed in resolution, so the tactile quality of the Braille and the colored cloth book covers generate an impulse for the viewer to touch-yet it is sealed behind glass. From the opened books on the right, viewers expect textual clues as to the content, but the information is only accessible through touch. Wagner points to the accessibility of knowledge with these works. Ironically, the blind who can read these books can’t see the photograph (though they can touch a title inscription in Braille at the bottom of each piece), while the viewer can’t read the braille in the photograph. The diptych juxtaposition of legibility and comprehensibility offers a rich reflection on our conception of knowledge.
Hyun Jung Kwak, Curator
이유진갤러리는 2014년 8월 29일부터 9월 20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며 국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진작가 캐서린 와그너 Catherine Wagner(b.1953)의 전시를 개최한다. 작가의 첫 국내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점자책을 오브제로 한 최근작 'Trans/literate'(2013) 시리즈와 다양한 빈티지 전구들을 찍은 'A Narrative History of Light bulb'(2006) 시리즈 등 20여 점으로 구성된다. 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두 사물들을 소재로 캐서린 와그너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유산을 기록하고 그 속에 담겨진 풍부한 은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8월 29일 전시 개막 참석을 위해 내한할 예정이다.
60대 초반의 미국 여성 사진가인 캐서린 와그너는 35년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인류가 이룩해 온 지적, 문화적 산물들을 인문학적인 시선과 통찰로써 기록하고 표현해왔다. 그의 초기작품들은 주로 1970년대 중반의 캘리포니아 초기 도시의 모습들을 포착한 것들이었다. 이는 기록을 위한 사진이라기보다는 도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으로 이 시기 와그너의 사진은 건축물의 간결한 선과 명쾌한 형태를 특징으로 한다. 이후 와그너는 캘리포니아 변방의 건축 현장을 담은 Moscone Center(1978), 인류의 지식이 전달되는 현장인 미국의 교실들을 찍은 American Classroom(1986)을 비롯해, 평범한 미국 가정의 인테리어나 디즈니 파크의 조형물 등 인간이 만든 다양한 문화적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Home and Other Stories (1992), Disney’s Theme Parks: The Architecture of Reassurance (1995) 등의 연작을 세상에 발표한다. 1990년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작가의 렌즈는 자연 과학 분야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Art & Science: Investigating Matter" 시리즈는 실험실의 도구들과 실험의 재료들을 피사체로 삼은 것이다. 1999년 발표한"Museum Pieces"시리즈에서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작품을 보존하거나 옮기는데 쓰이는 여러 가지 도구들을 탐구적 시선으로 마치 그 자체가 또 다른 예술품인양 새로운 컨텍스트 속으로 옮겨 놓는 작업을 선보인다. 2000년대에 들어 와그너는 MRI 기계로 유기체 세포를 촬영한 실험적 성격의 "Cross Section"(2001) 시리즈를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주제들을 탐험하며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운다. 이 무렵 와그너의 작업은 유형학적 사진의 특징을 보여주는데 유형학적 사진(typological photography)이란 1960년대 독일의 베허부부에 의해 양식화되어 현대사진의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사진의 한 양식이다. 특정한 종류의 구성원들을 분류하여, 그 유사성이나 상이함을 강조함으로써 대상이 가진 본질을 유추하고 확장하게 만드는 이 양식은 피사체를 예술적 오브제가 아닌 동시대 사회, 문화의 특징을 반영하는 객관적 자료로 대하며 가치중립적 기록의 태도를 지닌다. 와그너의 "A Narrative History of the Light bulb" 시리즈와 'Trans/literate' 시리즈는 전통적인 유형학적 사진의 형식을 취하는 한편 작가의 주관적 은유와 조형적 미감이 가미된 특징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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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arrative History of the Light bulb
와그너는 2006년, 사진작가로서 가졌던 '빛'에 대한 근원적 관심에서 비롯된 " A Narrative History of the Light bulb)" 시리즈를 선보인다. 작가는 볼티모어 산업박물관 Baltimore Museum of Industry과 이 년간의 협업 과정에서 19세기 초 생산된 미국의 초기 전구들을 비롯해 오만 점 이상의 빈티지 전구들을 접하게 된다. 수많은 종류들의 전구들을 [Ode to Yves], [Green Energy], [The 1890s]와 같은 작품의 제목들처럼 색에 따라 분류를 하거나 시대별로 무리를 나누어 촬영한 이 작품들은 이탈리아 화가 조르지오 모란디(Giorgio Morandi, 1890-1964)의 정물화의 전통에 기대고 있다. 작가는 과학기술의 산물인 전구들을 마치 정물화의 오브제들처럼 배열하여 전구들이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8x10 대형 카메라로 촬영하여 유리 표면의 질감과 섬세한 필라멘트까지 생생하게 잡아낸 이 사진 속에는 유형학적 사진가들이 가진 냉철한 역사적 기록의 태도와 동시에 작가의 흥미로운 은유가 함께 녹아 있다. 컬러나 연대, 미적 특징에 따라 분류된 작품들 중 파란색 계열의 전구들을 찍은 [ODE TO YVES]는 이브 클레인에 대한 오마주를 의미하며, [UTOPIA]는 빼곡한 빌딩숲처럼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초록색 전구들로 구성된 [GREEN ENERGY]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기술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자연 환경을 상징한다.
Trans/literate
캐서린 와그너의 최근작인 'Trans/literate', 점자책 시리즈는 책의 닫혀진 모습과 펼쳐진 모습, 두 장의 사진이 한 작품으로 구성된 딥티크(diptych)형식을 취하고 있다. 점점 사라져가는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오디오북으로 대체되며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점자책을 소재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한 문자를 다른 문자로 옮겨 쓰다'라는 뜻을 가진 'Trans/literate'이란 제목은 인간의 지식이 어떻게 전이되는가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낸다. 유리 박스 안에 마치 조각처럼 자리잡은 사진은 손으로 만져 보고 싶을 만큼 극사실적인 느낌을 주는데, 왼쪽의 닫혀진 책의 이미지는 아무 글씨도 없이 그저 추상적인 색면의 형태로 다가온다. 오른쪽의 펼져진 책에서 관객들은 책에 대한 어떠한 단서를 기대하지만 역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가 없다. 여기서 지식의 접근성(access to knowledge)대한 작가의 은유가 드러난다. 점자를 읽는 맹인들은 이 사진들을 볼 수 없고, 사진을 보는 관객들은 사진 속 점자책을 읽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우리는 작가가 의도한 딥티크 형식의 필연성을 깨닫게 된다. '볼 수 없음'과 '볼 수 있음'을 대비시키고 '알 수 없음'과 '알 수 있음'을 대비시킨 이 작품은 책이라는 대상을 통해 우리가 얻어온 '지식'의 개념을 다양한 층위로 확장시킨다.
캐서린 와그너의 사진들은 그 소재가 전구이건 점자책이건상관없이 공통적으로 극사실적 아름다움을 내포한다. 작가가 사용하는 8x10 대형카메라는 인간의 시각이 인지하는 범위 이상의 디테일을 잡아내며 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평소에 익숙히 보아왔던 평범한 사물들을 전혀 낯설고 흥미로운 것으로 관찰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사물에 접근하는 작가의 개념과 아이디어, 그것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형식을 통해 우리는 박제된 인식을 깨고 그 사물에 대한 본질적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감각적이고 화려한 사진 기술로 다다를 수 없는, 사진을 단순한 기록물이 아닌 예술의 영역에 머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특성이며, 캐서린 와그너가 오랜 세월 그의 작품 속에 견지해 온 단순하고도 명쾌한 명제이다.
글_곽현정 큐레이터
Works
GREEN ENERGY2006, 21.5" x 48.5" 54 x 122cm, LAMBDA Print
ODE TO YVES2006, 24" x 58" 61 x 147cm, LAMBDA Print
Portrait 08 18.25” x 14.5” 46x37cm, LAMBDA Print
Portrait 2212.5” x 14” 32x36cm, LAMBDA Print
SHIP Ⅱ 1999, 40" x 70" 101.6 x 177cm, C-Print
THE 1890S2006, 19" x 48.5" 48 x 122cm, LAMBDA Print
UTOPIA2006, 20.5" x 47.5" 52 x 160cm, LAMBDA Print
Women in Love, D.H. Lawrence2013, 21 3/4" x 49 1/8", Diptych 54x125cm, Archival Pigment Print with Braille
Absalom Absalom!, William Faulkner2013, 21 3/4" x 49 1/8", Diptych 54x125cm, Archival Pigment Print with Braille
Tropic of Canger, Henry Miller2013, 21 3/4" x 49 1/8", Diptych 54x125cm, Archival Pigment Print with Braille
The Trial, Franz Kafka2013, 21 3/4" x 49 1/8", Diptych 54x125cm, Archival Pigment Print with Braille
Lee Eugean Gallery presents a solo exhibition of internationally recognized American artist Catherine Wagner(b.1953) from August 29 through September 20, 2014. The exhibition includes her recent series “Trans/literate”(2013) depicting open and closed volumes of Braille texts, and “A Narrative History of the Light Bulb”(2006), still life photographic installations of vintage light bulbs. Both series investigate objects that have expanded culture, yet have been rendered obsolete by shifting technologies. The artist will be present at the exhibition opening on August 29.
These projects are part of a focused exploration of cultural archives and infrastructures that has spanned decades. Her early projects focused on the changing urban landscape of mid-1970s California. During this period, her photographs addressed newly built architecture with images revealing clean lines and geometric forms as metaphorical views of evolving civilization. Her images of “Moscone Center”(1978) examine an in-between phase of construction when a burgeoning convention center resembled ruins as much as progress. Wagner continued her exploration of cultural institutions in subsequent series, presenting environments of education in “American Classroom”(1986), interior images of private residences in “Home and Other Stories”(1992), and of constructed theme park tableaux in “Designing Disney’s Theme Parks: The Architecture of Reassurance”(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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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mid 1990’s, she embraced the context of natural science as a key aspect of our knowledge base. “Art & Science/Investigating Matter”(1995) turns to laboratories and the instruments used in them. The subjects are chilling yet surprisingly domestic in feel-major cancer research samples in ordinary plastic cups. A similar dynamic is in effect in her series “Museum Pieces”(1999). Here she photographed tools and hardware used for the protection, transportation, and documentation of works in museums, a behind the scenes look at the elements that literally support important cultural artifacts.
In the years following, Wagner’s explorations expanded into more diverse subject matter and methods. For the “Cross Sections”(2001) series, she used medical imaging devices, such as MRI equipment, to photograph ordinary organic materials. Her images of pomegranates, for example, become a sequential cycle that merge abstraction and the kind of typological photographic practice that was pioneered by Bernd and Hilla Becher in the 1960s. They photographed examples of a classified group, a water tower, for example, each from the same perspective, highlighting the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of the subject. The typological depiction objectively considers its subjects from a neutral position, as social and cultural reflections.
A Narrative History of the Light Bulb(2006)
Wagner’s “A Narrative History of the Light Bulb” series acknowledges photographic typologies, though is tempered by the artist’s subjectivity and formal aesthetic. These works draw from her long-term interest in the phenomenon of light. During a two-year residency at the Baltimore Museum of Industry, Wagner worked with a collection of more than 50,000 vintage light bulbs, some dating from early 19th century. With a keen eye towards the still life paintings of Italian artist Giorgio Morandi(1890-1964), Wagner cataloged and organized the collection into groups by indexing both a chronological and chromatic order as seen in photographs such as The 1890’s, Ode to Yves, and Green Energy. By arranging these scientific products as objects in a still life, the artist reveals their formal beauty-they become mysterious sculptural elements. The series embodies both an obsessive intent to record history and a knowing use of metaphor. The bulbs are arranged in ways that suggest models of cityscapes and the contours of mountain ranges, forms that bring to mind technology’s role in sustaining culture. Photographed with an 8x10 Large Format camera, the images reveal the smooth texture of glass enclosures and the delicate filaments in stunning detail.
Trans/literate(2013)
Her recent work, “Trans/literate”, is a typological series of photographs of Braille books presented as diptychs. Each of the works depicts a closed book on the left, and a book with open pages on the right. Like the decline of paper books, Braille publishing is facing extinction due to the popularity of alternative forms such as audio books. The term transliteration means the conversion of a text from one script to another, and here it relates to Wagner’s interest in how human knowledge is transferred and communicated. Each pair of Braille photographs is encased in glass boxes like sculptural objects. The images are richly detailed in resolution, so the tactile quality of the Braille and the colored cloth book covers generate an impulse for the viewer to touch-yet it is sealed behind glass. From the opened books on the right, viewers expect textual clues as to the content, but the information is only accessible through touch. Wagner points to the accessibility of knowledge with these works. Ironically, the blind who can read these books can’t see the photograph (though they can touch a title inscription in Braille at the bottom of each piece), while the viewer can’t read the braille in the photograph. The diptych juxtaposition of legibility and comprehensibility offers a rich reflection on our conception of knowledge.
Hyun Jung Kwak, Curator
이유진갤러리는 2014년 8월 29일부터 9월 20일까지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며 국제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진작가 캐서린 와그너 Catherine Wagner(b.1953)의 전시를 개최한다. 작가의 첫 국내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점자책을 오브제로 한 최근작 'Trans/literate'(2013) 시리즈와 다양한 빈티지 전구들을 찍은 'A Narrative History of Light bulb'(2006) 시리즈 등 20여 점으로 구성된다. 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두 사물들을 소재로 캐서린 와그너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유산을 기록하고 그 속에 담겨진 풍부한 은유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8월 29일 전시 개막 참석을 위해 내한할 예정이다.
60대 초반의 미국 여성 사진가인 캐서린 와그너는 35년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인류가 이룩해 온 지적, 문화적 산물들을 인문학적인 시선과 통찰로써 기록하고 표현해왔다. 그의 초기작품들은 주로 1970년대 중반의 캘리포니아 초기 도시의 모습들을 포착한 것들이었다. 이는 기록을 위한 사진이라기보다는 도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으로 이 시기 와그너의 사진은 건축물의 간결한 선과 명쾌한 형태를 특징으로 한다. 이후 와그너는 캘리포니아 변방의 건축 현장을 담은 Moscone Center(1978), 인류의 지식이 전달되는 현장인 미국의 교실들을 찍은 American Classroom(1986)을 비롯해, 평범한 미국 가정의 인테리어나 디즈니 파크의 조형물 등 인간이 만든 다양한 문화적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Home and Other Stories (1992), Disney’s Theme Parks: The Architecture of Reassurance (1995) 등의 연작을 세상에 발표한다. 1990년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작가의 렌즈는 자연 과학 분야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Art & Science: Investigating Matter" 시리즈는 실험실의 도구들과 실험의 재료들을 피사체로 삼은 것이다. 1999년 발표한"Museum Pieces"시리즈에서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작품을 보존하거나 옮기는데 쓰이는 여러 가지 도구들을 탐구적 시선으로 마치 그 자체가 또 다른 예술품인양 새로운 컨텍스트 속으로 옮겨 놓는 작업을 선보인다. 2000년대에 들어 와그너는 MRI 기계로 유기체 세포를 촬영한 실험적 성격의 "Cross Section"(2001) 시리즈를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주제들을 탐험하며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운다. 이 무렵 와그너의 작업은 유형학적 사진의 특징을 보여주는데 유형학적 사진(typological photography)이란 1960년대 독일의 베허부부에 의해 양식화되어 현대사진의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사진의 한 양식이다. 특정한 종류의 구성원들을 분류하여, 그 유사성이나 상이함을 강조함으로써 대상이 가진 본질을 유추하고 확장하게 만드는 이 양식은 피사체를 예술적 오브제가 아닌 동시대 사회, 문화의 특징을 반영하는 객관적 자료로 대하며 가치중립적 기록의 태도를 지닌다. 와그너의 "A Narrative History of the Light bulb" 시리즈와 'Trans/literate' 시리즈는 전통적인 유형학적 사진의 형식을 취하는 한편 작가의 주관적 은유와 조형적 미감이 가미된 특징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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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Narrative History of the Light bulb
와그너는 2006년, 사진작가로서 가졌던 '빛'에 대한 근원적 관심에서 비롯된 " A Narrative History of the Light bulb)" 시리즈를 선보인다. 작가는 볼티모어 산업박물관 Baltimore Museum of Industry과 이 년간의 협업 과정에서 19세기 초 생산된 미국의 초기 전구들을 비롯해 오만 점 이상의 빈티지 전구들을 접하게 된다. 수많은 종류들의 전구들을 [Ode to Yves], [Green Energy], [The 1890s]와 같은 작품의 제목들처럼 색에 따라 분류를 하거나 시대별로 무리를 나누어 촬영한 이 작품들은 이탈리아 화가 조르지오 모란디(Giorgio Morandi, 1890-1964)의 정물화의 전통에 기대고 있다. 작가는 과학기술의 산물인 전구들을 마치 정물화의 오브제들처럼 배열하여 전구들이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8x10 대형 카메라로 촬영하여 유리 표면의 질감과 섬세한 필라멘트까지 생생하게 잡아낸 이 사진 속에는 유형학적 사진가들이 가진 냉철한 역사적 기록의 태도와 동시에 작가의 흥미로운 은유가 함께 녹아 있다. 컬러나 연대, 미적 특징에 따라 분류된 작품들 중 파란색 계열의 전구들을 찍은 [ODE TO YVES]는 이브 클레인에 대한 오마주를 의미하며, [UTOPIA]는 빼곡한 빌딩숲처럼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초록색 전구들로 구성된 [GREEN ENERGY]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기술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자연 환경을 상징한다.
Trans/literate
캐서린 와그너의 최근작인 'Trans/literate', 점자책 시리즈는 책의 닫혀진 모습과 펼쳐진 모습, 두 장의 사진이 한 작품으로 구성된 딥티크(diptych)형식을 취하고 있다. 점점 사라져가는 종이책과 마찬가지로 오디오북으로 대체되며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점자책을 소재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한 문자를 다른 문자로 옮겨 쓰다'라는 뜻을 가진 'Trans/literate'이란 제목은 인간의 지식이 어떻게 전이되는가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드러낸다. 유리 박스 안에 마치 조각처럼 자리잡은 사진은 손으로 만져 보고 싶을 만큼 극사실적인 느낌을 주는데, 왼쪽의 닫혀진 책의 이미지는 아무 글씨도 없이 그저 추상적인 색면의 형태로 다가온다. 오른쪽의 펼져진 책에서 관객들은 책에 대한 어떠한 단서를 기대하지만 역시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가 없다. 여기서 지식의 접근성(access to knowledge)대한 작가의 은유가 드러난다. 점자를 읽는 맹인들은 이 사진들을 볼 수 없고, 사진을 보는 관객들은 사진 속 점자책을 읽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우리는 작가가 의도한 딥티크 형식의 필연성을 깨닫게 된다. '볼 수 없음'과 '볼 수 있음'을 대비시키고 '알 수 없음'과 '알 수 있음'을 대비시킨 이 작품은 책이라는 대상을 통해 우리가 얻어온 '지식'의 개념을 다양한 층위로 확장시킨다.
캐서린 와그너의 사진들은 그 소재가 전구이건 점자책이건상관없이 공통적으로 극사실적 아름다움을 내포한다. 작가가 사용하는 8x10 대형카메라는 인간의 시각이 인지하는 범위 이상의 디테일을 잡아내며 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평소에 익숙히 보아왔던 평범한 사물들을 전혀 낯설고 흥미로운 것으로 관찰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사물에 접근하는 작가의 개념과 아이디어, 그것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형식을 통해 우리는 박제된 인식을 깨고 그 사물에 대한 본질적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감각적이고 화려한 사진 기술로 다다를 수 없는, 사진을 단순한 기록물이 아닌 예술의 영역에 머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특성이며, 캐서린 와그너가 오랜 세월 그의 작품 속에 견지해 온 단순하고도 명쾌한 명제이다.
글_곽현정 큐레이터
WORKS
GREEN ENERGY2006, 21.5" x 48.5" 54 x 122cm, LAMBDA Print
ODE TO YVES2006, 24" x 58" 61 x 147cm, LAMBDA Print
Portrait 08 18.25” x 14.5” 46x37cm, LAMBDA Print
Portrait 2212.5” x 14” 32x36cm, LAMBDA Print
SHIP Ⅱ 1999, 40" x 70" 101.6 x 177cm, C-Print
THE 1890S2006, 19" x 48.5" 48 x 122cm, LAMBDA Print
UTOPIA2006, 20.5" x 47.5" 52 x 160cm, LAMBDA Print
Women in Love, D.H. Lawrence2013, 21 3/4" x 49 1/8", Diptych 54x125cm, Archival Pigment Print with Braille
Absalom Absalom!, William Faulkner2013, 21 3/4" x 49 1/8", Diptych 54x125cm, Archival Pigment Print with Braille
Tropic of Canger, Henry Miller2013, 21 3/4" x 49 1/8", Diptych 54x125cm, Archival Pigment Print with Braille
The Trial, Franz Kafka2013, 21 3/4" x 49 1/8", Diptych 54x125cm, Archival Pigment Print with Braille
© 2023 LEE EUGEAN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