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에 걸린 비닐, 바닥에 흩날려 있는 꽃잎…. 그림이 되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지루한 것들,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는 것들을 담아내고 싶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을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었다. 운동화를 꺾어 신고 편하게 드나들던 장소는 몇 번의 수고로움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게 됐고, 설렘 가득 안고 공항으로 향했던 마음은 언제 다시 콩닥거릴지 기약이 없다. 이제 우리는 랜선 여행을 떠나고, 랜선 친구를 만난다. 직접 마주하던 수많은 풍경은 이제 화면상의 이미지로 대체되고 있다.

전병구 작가의 그림은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치는 장면이나 대상에서 시작된다. 그는 일상에서 얻은 장면이나 풍경을 찍은 사진을 모은다. 영화나 웹사이트에서 이미지를 발췌하기도 한다. 작가는 그렇게 모은 이미지들을 자르고, 거르고, 비워낸다. 그 과정에서 평범했던 일상의 이미지는 새로운 이미지로 재해석된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가가 던지는 질문이다. “당신에게 일상의 풍경이란 어떤 의미인가.”

25점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번 ‘밀물이 들어올 때’ 전시에선 변화한 그의 작업 방식을 포착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그동안 그는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빠르게 그림을 마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왔다. 최근엔 시간을 두고 겹겹이 물감을 쌓아 작품을 완성하는 방식을 시도 중이다. 상반된 두가지를 모두 사용하는 건 ‘그리기’라는 행위에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이성휘 큐레이터는 개인전 제목으로 선택되기도 한 작품 ‘밀물이 들어올 때(2020)’에서 그의 이런 변화를 발견한다. 작품 속 남성은 커다란 바위에 올라 발 아래로 시선을 떨어뜨린 채 서 있다. 이성희 큐페이터는 “이 작품은 유화 물감이 아닌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다”면서 “빠르게 마르고 붓 자국이 강하게 남는 아크릴 물감은 그동안 습득해 온 붓질과는 다른 새로운 도전과제였을 것”이라고 그의 변화를 설명한다. 이것이 곧 작가가 잃지 않으려 한 유희遊戱인 셈이다.

매일 지나쳐왔던 풍경들을 차분한 감성으로 집중해 바라보게 만드는 전병구의 ‘밀물이 들어올 때’ 전시는 4월 3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이유진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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