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0일 부터 9월12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 “Somewhere, No-Where”에서 김지선은 순간적으로 감각한 장소적 사실에 접근하고, 캔버스 안으로 옮기면서 작가의 시선과 경험, 시간을 거쳐, 사실적인 정보는 없어지고, 특정 공간이 아닌, 더 정확히는 실제 공간이 아닌 ‘No-Where(노웨어)’로 바뀌는 과정에 집중한다. 최근에 작가는 감각한 특정공간에서 돌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떤 부분은 점차 희미해지며 추상성을 띠고, 어떤 형상은 더 또렷해지고 강렬해지는 부분에 집중하며, 기억의 왜곡 또는 형상들의 변형되는 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작가는 자연에서 마주한 특정한 기억과 순간적인 포착으로 인해 생성된 내면의 감정을 펼쳐내기 위해, 자연 풍경은 시작점일 뿐, 그 장소가 어떤 맥락이나 문맥, 정체성으로서의 그곳으로 읽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익숙해 보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공간, 다시 말해 작가가 감각했던 특정 공간에서 작가가 경험했던 시간, 감정들과 현재시점의 내면적인 정서들이 더해져서 캔버스 안에 어디엔가 있을 듯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에 집중하고, 그 과정을 거쳐 번역된 결과물들을 전시 공간 안으로 가져오려 한다. 

 

<작가 노트>

나는 특정 공간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 다시 말해 ‘어디엔가 존재할 듯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공간(Nowhere)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한다. 나는 평면 안에서 풍경 인식에 관심을 갖고, 순간적으로 포착한 장소적 사실에 접근하는 방법부터 시작된다. 대자연의 여행뿐만 아니라, 길을 걷다가 만난 나무가 우거진 길에서 나는 바람소리, 나무가 우거진 한강, 우연히 발견한 내 집 뒤뜰 등 우연히 마주한 자연공간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특정 장소로부터 작업실로 돌아와 빈 캔버스 앞에서 몸에 남아 있는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감흥을 떠올리며 화면 속으로 그 정서, 감각을 담으려고 하고 있다. 자연 속을 배회하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빛, 바람, 흔들리는 숲, 움직이는 물결 등을 기억하고, 캔버스 안에 내가 느꼈던 감정을 기록하려 한다. 내가 감각하였던 당시의 풍경이 화면으로 옮겨지면서 재구성되기 때문에, 누구나 볼 수 있었던 풍경으로서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시에 경험했던 기억에 현재 시점의 내면적 정서를 보태어 캔버스 안에 담으려고 한다. 

캔버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특정공간에서 며칠간 일기처럼 사운드를 녹음하고, 영상, 사진을 촬영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 후, 내가 감각한 풍경을 캔버스 안으로 옮기는 과정은 먼저 나의 경험에 기초한(직접 수집한 이미지, 영상과 사운드) 여러 형상들을 기반으로 캔버스 안에 밑그림 없이 진행된다. 최소한의 구성도 없이 화면 안에서 아무 곳에서나 시작되는 그리기 과정을 ‘캔버스와의 면담’이라고 일컬으며 일단 시작된 그림은 시시때때로 기억에서 변해가는 인상을 담은 나의 다이어리가 된다. 하나의 시점으로 보이는 공간이 아니라, 다(多)시점으로 보이는 공간들은 내가 그 공간에서 느꼈던 감정들과 현재 심리상태가 뒤섞인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기억 속의 대상을 고정된 이미지로 표현하지 않고, 추상적인 형태로 변형시켜 새로운 시점을 확보한 정서적 상태로서의 풍경으로 재구성하려 한다. 평면 안 풍경들은 장소를 특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는 삭제되고, 구체적 대상이 지워진 공간은 현실에는 없는 곳이다. 따라서 내가 만들어낸 공간은 재현에서 멀어짐으로 이질적인 광경처럼 보이려고 한다. 결국에는 본래의 형태를 잃어가는 과정으로 작업을 한다. 

 

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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