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긴 낭하를 따라 삼각지붕이 얹혔다. 높낮이도 제각각, 크기도 길이도 들쭉날쭉이다. 지붕으로만 남은 골목. 그것도 한참을 들여다봐야 보인다. 폭이라 해봐야 10㎝ 남짓이니. 

작가 노은주(40)가 기억에서 ‘골목’(2018)을 꺼냈다. 빌딩숲에 사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유독 작가에게 골목은 남달랐나 보다. 서른 살 전까지 아파트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니. 지붕과 지붕이 맞닿아 만든 그 공간은 세상으로 향하는 통로면서 늘 얘깃거리를 품은 서정이었던 거다. 
 

 

 

작품은 ‘정은’(순은 92.5%와 구리 7.5%의 합금)을 잇고 붙여 세월의 자국까지 묻혀 냈다. ‘지붕은 하늘에서만 보인다.’ 그 단순치 않은 생각을 시선으로 옮겼다.  
내년 1월 4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이유진갤러리서 작가 20인이 ‘집’을 테마로 연 공예기획전 ‘사가보월’(思家步月)에서 볼 수 있다. ‘집 그리워 달빛 밟는다’는 뜻이다. 중국 시인 두보의 시구에서 따왔다. 정은. 110×135×22㎜. 작가 소장. 이유진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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