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Timekeeper
Nov 23 – Dec 20, 2012
이유진갤러리는 2012년 11월 23일(금)부터 12월 20일(목)까지 김창언의 Timekeeper전을 개최한다. 타임키퍼(Timekeeper)란 ‘기록 스포츠에서 경기시간을 재는 사람’ 혹은 ‘출퇴근 시간 기록부를 관리하는 사람’을 뜻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음악 밴드의 멤버 중 드러머를 지칭하기도 하여 콘서트 중 그레이트 타임키퍼(Great Time Keeper)라는 애칭으로 드러머를 소개하기도 한다. 즉, 타임키퍼란 시간, 박자, 리듬을 관장하는 사람이다.
음악적 현상을 ‘그리는 것’은 김창언의 오랜 관심사이다. 김창언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을 구상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음악적 현상의 기호화된 체계를 고안하는데 흥미가 있으며, 일상의 사물들에서 들리는 사운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생각해낸다. 가령 소리의 길이가 2차원 공간에서 얼마만큼의 지면으로서의 공간을 차지하는지 추산해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How to make a sign?’과 ‘아리랑 스크립트’는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 작품들로, ‘How to make a sign?’ 에서 박스 테이프의 길이는 ‘찌익’하고 테이프를 뜯을 때 나는 소리의 길이를 연상시키는 지표적 기호이다. 반면, ‘아리랑 스크립트’는 1박자를 정방형의 사각공간으로 치환하여 그 정방형들이 연결 꺽쇠로 이어진 선형공간이라 할 때, ‘아리랑’의 첫 소절의 1박자와 반 박자들의 리듬을 공간 패턴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우리는 여기서 ‘리듬’이라는 음악적 현상을 파고드는 시각언어 연구자로서 김창언이 취하는 전방위적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가 “리듬이란 단순히 음악적 현상이 아닌 회화에서도 역동성을 나타내는 가장 원초적인 요소”라고 말한 바 있는 것처럼, ‘리듬’이 비록 회화의 근원적 문제라 할지라도 김창언은 그것에 대한 매우 실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흔히 ‘리듬’의 회화적 표현이란 선과 면, 색과 같은 회화적 요소들의 화면 배치와 구성의 문제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김창언은 ‘소리’ 혹은 ‘리듬’ 그 자체와 연관된 오브제를 그리거나 만들고, ‘리듬’의 현상을 관람자들 스스로 찾아내거나 그가 제시하는 ‘리듬’ 표기법의 기호화 논리를 공유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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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행위를 수반하며 소리를 내는 반복작동형 브리콜라주(bricolage)는 ‘리듬’에 대한 김창언의 전방위적 기호화의 논리를 발견할 수 있는 특징적인 작업이다. 회화 작품인 ‘헤드뱅잉 머신’과 ‘타임키퍼’는 그들이 수행하는 ‘리듬’ 행위 구현을 시각기호로 그려낸 코드화의 도해인 반면, 로보틱스 브리콜라주인 ‘헤드뱅잉 머신’은 드러머가 정확한 박자를 맞추기 위한 고개짓, 헤드뱅잉을 하면서 스트로킹을 하는 전신 행위를 축약형으로 재현한 설치작품으로 헤드뱅잉 머신의 고개짓이 드러밍이 되어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게 된다. 같은 공간에 설치된 타임키퍼는 어딘가에서 들리는 음악소리에 발바닥으로 땅을 치는 작가(혹은 우리)의 무의식적 행위를 작가(우리)대신 반복한다. 이 두 가지 브리콜라주가 동시에 발산해내는 사운드는 규칙적인 리듬이거나 다소 불규칙적인 엇박자들의 구간이며, 파편적인 라임들의 연속이라 하겠다. 이런 상황을 맞이한 관람자들은 또 다른 패턴의 리듬을 부가할 수 있는 밴드의 일원으로서 타임키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비트박스나 가사 없는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도 할 것이며, 타임키퍼를 따라 발을 구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즉흥적인 임프로비제이션을 관람자들이 스스로 늘어놓도록 하는 것은 김창언이 관람자들과 소통하고자 그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더불어 그는 자신이 전시장에 설정해 놓은 상황 밖 일상에서도 관람자들이 즉흥적 타임키퍼가 되어보기를 갈망한다.
김창언은 우리의 환경이 풍요로운 소리의 저장고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인들은 온갖 물건들이 토해내는 소음들의 공해에 시달린다. 그런 이유로 듣기 좋은 음악파일들만을 휴대기기에 저장해 귓속형 이어폰으로 들으며 다닌다. 그러나 김창언은 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감각을 고립시키는 행위로 무한한 정보를 가진 외부환경의 소리와 단절하고 mp3와 같은 대역이 좁은 사운드에 길들여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그는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주변의 소음을 리드미컬한 음악적 풍요로 즐기기를 제안한다. 자신을 둘러싼 사물들과 환경에서 들리는 잡음들은 잡음이 아닌 비트박스의 짤막한 소스들이며, 그것을 어떻게 이어 붙이고, 믹싱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비로소 소음의 공해로부터 벗어나는 지혜라고 귀띔한다.
Works
아리랑 스크립트2012, acrylic on canvas, each 60.6 X 91 cm
아리랑 스크립트2012, acrylic on canvas, each 60.6 X 91 cm
고스트 리듬-접절식 삼연음2009, acrylic on canvas, 162x162 cm
시장의 언어2010, Mixed media on canvas, 150x150cm
how to make a sign?2011, acrylic on canavs, 120x162cm
뉘앙스2011, acrylic on canavs, 180x180cm
감각의 논리2011, acrylic on canavs, 180x180cm
피에조-정지와 진행, 무한궤도의 알고리즘2011, 볼펜 플로터 드로잉, 26.5x28.2cm
이유진갤러리는 2012년 11월 23일(금)부터 12월 20일(목)까지 김창언의 Timekeeper전을 개최한다. 타임키퍼(Timekeeper)란 ‘기록 스포츠에서 경기시간을 재는 사람’ 혹은 ‘출퇴근 시간 기록부를 관리하는 사람’을 뜻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음악 밴드의 멤버 중 드러머를 지칭하기도 하여 콘서트 중 그레이트 타임키퍼(Great Time Keeper)라는 애칭으로 드러머를 소개하기도 한다. 즉, 타임키퍼란 시간, 박자, 리듬을 관장하는 사람이다.
음악적 현상을 ‘그리는 것’은 김창언의 오랜 관심사이다. 김창언은 피아노를 치는 사람을 구상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음악적 현상의 기호화된 체계를 고안하는데 흥미가 있으며, 일상의 사물들에서 들리는 사운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생각해낸다. 가령 소리의 길이가 2차원 공간에서 얼마만큼의 지면으로서의 공간을 차지하는지 추산해 보는 것과 같은 것이다. ‘How to make a sign?’과 ‘아리랑 스크립트’는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한 작품들로, ‘How to make a sign?’ 에서 박스 테이프의 길이는 ‘찌익’하고 테이프를 뜯을 때 나는 소리의 길이를 연상시키는 지표적 기호이다. 반면, ‘아리랑 스크립트’는 1박자를 정방형의 사각공간으로 치환하여 그 정방형들이 연결 꺽쇠로 이어진 선형공간이라 할 때, ‘아리랑’의 첫 소절의 1박자와 반 박자들의 리듬을 공간 패턴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우리는 여기서 ‘리듬’이라는 음악적 현상을 파고드는 시각언어 연구자로서 김창언이 취하는 전방위적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잘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가 “리듬이란 단순히 음악적 현상이 아닌 회화에서도 역동성을 나타내는 가장 원초적인 요소”라고 말한 바 있는 것처럼, ‘리듬’이 비록 회화의 근원적 문제라 할지라도 김창언은 그것에 대한 매우 실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흔히 ‘리듬’의 회화적 표현이란 선과 면, 색과 같은 회화적 요소들의 화면 배치와 구성의 문제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김창언은 ‘소리’ 혹은 ‘리듬’ 그 자체와 연관된 오브제를 그리거나 만들고, ‘리듬’의 현상을 관람자들 스스로 찾아내거나 그가 제시하는 ‘리듬’ 표기법의 기호화 논리를 공유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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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행위를 수반하며 소리를 내는 반복작동형 브리콜라주(bricolage)는 ‘리듬’에 대한 김창언의 전방위적 기호화의 논리를 발견할 수 있는 특징적인 작업이다. 회화 작품인 ‘헤드뱅잉 머신’과 ‘타임키퍼’는 그들이 수행하는 ‘리듬’ 행위 구현을 시각기호로 그려낸 코드화의 도해인 반면, 로보틱스 브리콜라주인 ‘헤드뱅잉 머신’은 드러머가 정확한 박자를 맞추기 위한 고개짓, 헤드뱅잉을 하면서 스트로킹을 하는 전신 행위를 축약형으로 재현한 설치작품으로 헤드뱅잉 머신의 고개짓이 드러밍이 되어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게 된다. 같은 공간에 설치된 타임키퍼는 어딘가에서 들리는 음악소리에 발바닥으로 땅을 치는 작가(혹은 우리)의 무의식적 행위를 작가(우리)대신 반복한다. 이 두 가지 브리콜라주가 동시에 발산해내는 사운드는 규칙적인 리듬이거나 다소 불규칙적인 엇박자들의 구간이며, 파편적인 라임들의 연속이라 하겠다. 이런 상황을 맞이한 관람자들은 또 다른 패턴의 리듬을 부가할 수 있는 밴드의 일원으로서 타임키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비트박스나 가사 없는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도 할 것이며, 타임키퍼를 따라 발을 구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즉흥적인 임프로비제이션을 관람자들이 스스로 늘어놓도록 하는 것은 김창언이 관람자들과 소통하고자 그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더불어 그는 자신이 전시장에 설정해 놓은 상황 밖 일상에서도 관람자들이 즉흥적 타임키퍼가 되어보기를 갈망한다.
김창언은 우리의 환경이 풍요로운 소리의 저장고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인들은 온갖 물건들이 토해내는 소음들의 공해에 시달린다. 그런 이유로 듣기 좋은 음악파일들만을 휴대기기에 저장해 귓속형 이어폰으로 들으며 다닌다. 그러나 김창언은 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감각을 고립시키는 행위로 무한한 정보를 가진 외부환경의 소리와 단절하고 mp3와 같은 대역이 좁은 사운드에 길들여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그는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주변의 소음을 리드미컬한 음악적 풍요로 즐기기를 제안한다. 자신을 둘러싼 사물들과 환경에서 들리는 잡음들은 잡음이 아닌 비트박스의 짤막한 소스들이며, 그것을 어떻게 이어 붙이고, 믹싱할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비로소 소음의 공해로부터 벗어나는 지혜라고 귀띔한다.
WORKS
아리랑 스크립트2012, acrylic on canvas, each 60.6 X 91 cm
아리랑 스크립트2012, acrylic on canvas, each 60.6 X 91 cm
고스트 리듬-접절식 삼연음2009, acrylic on canvas, 162x162 cm
시장의 언어2010, Mixed media on canvas, 150x150cm
how to make a sign?2011, acrylic on canavs, 120x162cm
뉘앙스2011, acrylic on canavs, 180x180cm
감각의 논리2011, acrylic on canavs, 180x180cm
피에조-정지와 진행, 무한궤도의 알고리즘2011, 볼펜 플로터 드로잉, 26.5x28.2cm
© 2023 LEE EUGEAN GALLERY